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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2. 21:27 일지/업무일지_시즌3

 오늘은 Bk 님이 먼저 와계셨다. 피로가 조금 느껴져서 Roma 한 잔 마시면서 당구 연습 시작. 너무 출출해서 업무 시작 직후 짜장범벅 하나 먹었고. 이후 하루종일 WCF 공부. 생각해보니 WCF도 그렇고 DB도 그렇고 서버 사이드로 착실히 영역을 확장해가는 단계가 아닌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입사 후 그동안 이것저것 찾아보며 공부해온 것들이 점점 머릿속에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덕에 오늘은 테스트 프로젝트 작성을 시작하며 뭔가 한 단계 확실히 나아간 느낌. 머릿속에 뭔가를 계속 집어넣기만 한 듯 슬슬 질리기 시작해서 오후 늦게 1시간 정도는 당구 연습을 하며 보냈다. Ph 님이 감사하게도 중간중간 길 알려주시면서 상대해주셨다. 아직도 스트로크가 조금은 불안정하고, 먼 공의 두께 맞추는 것도 어렵고. 이게 실은 어려워서 재미있는 것인가.

 점심은 혼자 고독한 미식가 찍었다. 3층 부터 지하 1층까지가 식당가인데, 1층에 아직 모르는 식당이 있나 살펴보다가 지난주에 자리가 없어 못 먹어봤던 비빔밥 전문점의 비빔밥을 먹어보기로 결정. 연세 많으신 할머니 두 분이 비좁은 매장 안에서 ㄷ자로 된 바 테이블을 관리하는 형태. 기본 메뉴인 비빔밥을 시켰다. 핸드폰을 보며 잠시 기다리니 큰 그릇에 8가지 재료와 반숙 후라이, 밥 한 공기와 콩나물국이 반찬 두 가지와 함께 나왔다. 먼저 콩나물국을 맛봤다.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은은한 콩나물 향. 담백하게 음식을 하는 곳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고추장 종지의 고추장도 젓가락으로 조금 맛봤는데, 상당히 의외였다. 조리사 자격을 가진 와이프가 예전에 솜씨를 발휘해줬던 약고추장 같은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 이건 어두운 색깔에 조금 묽은데다가 - 딱히 고추 향이 강하지도,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은 고추장이 아닌가(오히려 살짝 텁텁). 잔뜩 부풀려진 궁금증을 가지고 밥과 고추장을 큰 그릇에 부어 잘 비벼봤다. 조금 묽은 고추장과 반숙 후라이가 잘 어우러져 비비는 건 참 쉽게 비벼졌다. 그리고 한두 숟갈 떠먹기 시작하면서 이내 깨달았다. 담백한 고추장이 8가지 비빔밥 재료의 향을 전혀 가리지 않고 오히려 저 밑바닥에서부터 잘 받쳐주고 있다는 걸. 보통 분식집 같은 곳에 가서 비빔밥 시키면 - 밥알 씹으면서 강한 고추장 향만 맡다가 중간중간 나물 향이나 계란 향이 섞여 나오면 그제서야 비빔밥이란 느낌을 조금 느껴보기 마련인데. 담백함으로 얻는 다채로운 향의 조화와 부드러운 식감 덕에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계산하고 나올 때 주인 할머니에게 이쁘게 싹싹 잘 먹었다고 칭찬도 들었다. 여러모로 아늑한 느낌의 가게였으나, 아쉽게도 얼마 뒤 조금 더 큰 곳으로 이전한다는 포스터를 보고말았다. 이렇게 담백함으로 승부를 보고, 또 승리를 거두며 세를 확장하는 식당이 대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이 강렬한 맛과 향으로 손님을 자극시키기에만 바쁜데. 식후 근처 산 중턱의 철봉에 매달려 한강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담백하고 조화롭게 회사에 녹아들어야겠다고. 마침 오후에 Ph 님이 왜 자꾸 혼자 밥을 먹냐고, 내일부터 같이 먹자고 하셨다. 내일부턴 다시 함께 다녀야겠다. 해서 고독한 미식가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많아야 두 번 정도만 찍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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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