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오랜만에 I 대학원 연구실로. 관리하시는 분(O 박사님)과 조교님 인사 나누고 디테일한 요구사항들 파악한 후 바로 작업 시작. 8월 7일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었고, 그 뒤로 이 코드를 또 들여다 본 적이 있었던가 - 아마 그 다음날 쯤인가에 2시간인가 3시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 어쨌든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
점심은 O 박사님이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먹고 싶은 걸로 사주시겠다 하셔서 파스타로 골랐다. 와이프가 한식파여서 은근 양식파인 내가 평소에 못 먹는 메뉴. 덕분에 파스타와 피자로 한껏 배 채웠네.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도 좀 나누었는데, I 대학원이나 우리나 계속 이사람 저사람 들락날락하는 환경이 문제라(프로젝트 상태가 썩게 마련) - 이런저런 방법론들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결국엔 모두 데미지를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것이지 데미지를 안 받을 수는 없으니 - 하기야 뭐든 쉽게 금방금방 될 일이면 내가 월급 받으며 '할 일'도 없는 거겠지.
작업 진척 자체는 예상대로 금방금방 나갔는데, 지난번에 이 코드를 패치워크라 불렀듯 - 부실 공사 돼있는 프로젝트여서 버그 잡는 시간으로 오래오래 고통받았다. 좋은 드릴, 좋은 못, 좋은 액자가 있어도 45도로 기운 낡은 가건물의 높은 층이라면 제대로 서서 일하기도 힘들 뿐더러 액자를 걸어도 어차피 삐딱하게 걸리게 마련. 혼란스럽게 define 된 좌표계와 싸우고, 언데드마냥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과거의 어떤 MFC 다이얼로그 흔적들과 싸우고. 그냥저냥 돌아가게는 해놨는데, 솔직히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더러운 프로젝트를 돈 받고 드린다는 게 - 회사를 대표해 방문 작업하는 입장에서 미안스럽기도 하고. 마음 같아선 얼마간이라도 돈 받고 그냥 소스 다 드리면서 끝내버리고 싶은데 - 고쳐서 쓰시라고(과연).
저녁은 6~7명 정도의 연구실 연구원 분들과 보쌈 정식 도시락으로 해결. 다들 모이셔서 중간에 큰 모니터 두 개에다 계기 화면도 띄우고, 소스코드도 띄우고 - 마이크로 막 이런저런 음성 넣어가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뭔가를 하시던데 - 부럽더라. 나도 재미있는 거 하고 싶다.
이래저래 버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데미지 입고,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빌드 파일 옮겨드린 후 - 깜빡 외장 하드에 오늘 작업한 프로젝트 폴더를 옮기지 않은 상태로 Shift + Del 삭제 - 순간 비명을 질러버렸다. 구글에다 복구하는 방법 검색하는 동안 등에 식은땀이 줄줄. 다행히 Recuva 라는 복구 프로그램으로 복구가 됐고, 조만간 Recuva 개발자가 계신 곳을 향해 절을 올릴 생각이다. 연구실에서 전부 정리하고 작별 인사 나눈 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는 시간. 원래 이 세상이 딱딱 맞아 떨어져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하나, 오늘따라 근원 모를 카오스에 내가 분해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