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잠깐 JJ 이사님과 MR 프로젝트 이야기 나눈 뒤 하루종일 I 대학 프로젝트 진행. 바뀐 좌표계에 맞게 이것저것 다시 셋팅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JJ 이사님과 정 부장님은 드론 들고 인천의 YB로 외근 가셨다가 오후 늦게 오셨고. 점심땐 그냥 사무실 들어와서 의자에 앉아 쉬다가 냉장고에 있던 커피 하나 뜯어 마셨다. 내일은 오랜만에 I 대학 외근(김 과장님도 함께). 퇴근하기 전에 프로젝트 관련 상세지도가 어떻게 마련되는 건지 정 부장님과 공 부장님 통화 내용 기다리다가 7시에 퇴근.
공 부장님 스타일이 - 조금 불리한 부분이다 싶으면 절대로 핵심만 이야기 안 하고 내용을 한 5~10배 정도 질질 늘리고 돌리는 타입이라 - 정 부장님도 이따금 고생하시는 듯. 전국 상세지도가 다 있는 것도 아니고, 고도 데이터도 오차가 4배나 열화된 자료를 억지로 맵핑해서 쓰는 거고, 제대로된 POI 데이터도 얼마전에 거의 억지로 받아내다시피 한 거고.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였으면 애초에 거래 안 했을 듯 - 프로젝트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초창기 구상으론 이번에 구축한 걸 토대로 여기저기 사업화 할 생각이었을텐데 - 핵심 솔루션을 개인 개발자의 것으로 선택하면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 체계가 갖춰진 회사간의 거래와 비교해 보자면 보장성 측면에서 게임이 안 되지. 얼마전에 부산 드론쇼 가서 업체들 싹 돌아보니 - 지도 데이터 후처리를 얼마나 이쁘게 해놨는지 선명도가 말도 못하게 좋은 것들도 많더만. 어쨌든 결론은 - 상세 지도는 우리가 알아서 마련해야 하니 향후 최소 3일 이상은 지도 데이터 인코딩만 해야 할 예정.
사실 이건 뭐든지 싸게 쳐서 대충 봉합하고 프로젝트 끝내면 그만인 SI의 태생적 문제로 귀결되는 거고. 이런 비슷한 내용을 일지에 적어온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고. 매번 비슷한 걸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 비행체면 비행체 관련 전문지식과 노하우. 지도면 지도. 프로그램 구조면 구조. 쭉 둘러보면 뭐 하나 이 부분은 진짜 우리가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할 만한 게 안 보인다(당연히 MR 프로젝트도 마찬가지고). 매장 굴러가는 드라이빙 쪽은 잘 모르겠는데, SI 쪽은 진짜 아마추어리즘 그 자체. 인천공항에 들어간 솔루션은 또 누가 유지보수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겠나 - 관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대표님 빼고 누가 있나. 하나만 파도 그 분야의 진짜 프로페셔널이 되기 힘들고, 하나만 파도 사업화로 생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 프로젝트를 왜 하나만 하려고 하느냐는 이상한 관성이 이 회사를 휘감고 있어서 - 다 개판으로 해도 SI는 어디 기관 돈 잘만 빼먹고 좀비처럼 살아남는 환경이라. I 대학 프로젝트 끝내고 항우연 프로젝트 끝내면 그 다음엔 또 뭐가 펼쳐질까. 슬슬 앞이 깜깜하네.
하지만 장점 또한 명확하다. 어쨌든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모자람 없는 실무적 권한도 가질 수 있고. 항공이나 XR 등 다른 회사에서 쉽게 접근 못하는 부분들도 여러모로 맛보고 있으므로 - 전문지식이나 노하우는 어차피 내가 하는 만큼 나에게 새겨지게 돼있다. 어느정도가 아마추어고 어느정도가 프로인지 나름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니 - 정말로 내가 하는 만큼 내가 가져가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