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2. 11:11
단상
우리집 사거리 바로 아래 사거리 - 모퉁이 주택의 외벽에는 항상 시계와 거울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1년 365일, 혹시 누군가 부수거나 깨트리기라도 하면(심심찮게 주취자의 화풀이 대상 혹은 누군가의 심술 대상이 되곤 했던) 금새 또 새로 구해다 붙여놓던 것들. 내가 이 동네에 오기 훨씬 전부터 있던 것들이라는데, 아무래도 그 집 주인 되시는 분이기에 마음대로 주택 외벽에 그것들을 붙여놓을 수 있지 않았나 싶고, 마치 자신의 책무인 마냥 계속 자비를 들여가며 제공해줬던 것을 보면 -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대략 한 달쯤 전부터 시계와 거울이 나란히 떨어져나가 휑한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 혹시 집 주인 되시는 분이 돌아가신 건 아닌가 하여 그 벽 아래에 국화라도 한 송이 놓을까 하다가 - 와이프가 전후사정 정확히 모르면서 남의 집 앞에 함부로 국화를 놓는 것도 이상하다고 만류하였다. 여하간 추측컨대 분명 그 집 주인 되시는 분의 행동이었으리라 - 대문 앞 명패의 함자가 도타울 돈(敦) 자에 모일 회(會) 자로 되어있으니 앞으로는 그 분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기려 그쪽 사거리를 김돈회 사거리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