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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0. 14:04 게임이야기

펄어비스와 별바람


 펄어비스의 이름을 왜 펄어비스로 지었는지 잘은 모른다. 심해의 진주 같은 개발사가 되자? 심해의 진주 같은 게임을 만들자? 더해서 게임 이름도 왜 검은사막인지 잘 모른다. 사막이 배경인 것 같긴 한데, 왜 검은색을 내세웠는지는 뭔가 설정상의 이유가 있겠거. 이번에 별바람 님을 영입하셨다기에 향후 행보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상황. 왜 별바람 님을 영입하셨을까? 혹시 검은 의도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별바람 님이 청강대 교수 출신이시니까 - 게임업계에서 꽤나 인정받는 청강대 출신 인력들을 흡수하려는 생각으로? 어째 별바람 님의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별바람 님은 왜 별바람일까? 별바람 님이 별을 좋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그냥 그렇다고 믿을 것이고, 뒤돌아서서 별이 싫어 그랬다 하 또 그렇다고 믿을 것이다. 그냥 내겐 별 같은 존재다. 왜냐하면 그의 1995년작 푸른매가 - 당시 착한 어린이였던 나의 뇌리와 가슴을 강타해버렸기 때문. 통일 한국의 전투기 '솔개'가 창공을 누비며 도그파이팅으로 적기를 격추시킨다! 게다가 군계일학의 사나이가 아름다운 종군기자와 사랑에 빠진다! 사실 '솔개'의 정체는 변신 로봇이라는 루머까지! 죽이지 않나? 

 초등학교 때는 그냥 순수하게 푸른매를 좋아했던 때였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부터는 그의 에너지까지 동경하게 되었다. 별바람이라는 한 사람에게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워크, 작사/작곡의 모든 재능이 동시에 들어있고 - 범인들은 상상도 못할 에너지로 이 재능들을 불태워 자기 작품을 완성시킨다는(폰트까지 말이다) - 마치 유니콘 같은 이야기. 무엇보다도 푸른매의 OST에는 활화산 같은 20대 시절의 고민이 응집되어 있다는 느낌이어서 이 OST만 따로 저장해 들었을 정도(지금은 별바람 님 블로그의 이 OST들이 소실된 상태 - 안타깝게 내 하드에서도 사라졌다). 나와 같은 범인들은 위에 열거된 재능들 중 하나만 제대로 갖기도 힘들 뿐더러, 무엇보다도 '자기 작품'을 '완성'시켜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너지와 집중) - 시도 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당연히 가늠도 못 할 것이고, 가늠이 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막타전설을 출시하셨는데, 여기에 들어가있는 아트워크를 보면 - 저 옛날 안영기 님의 RPG인 데자뷰에도 아마 별바람 님의 숨길이 섞여 들어가 있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음악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시절엔 철권의 화랑 비전서 덕도 많이 봤었다(이 비급 역시 별바람 님이 쓰신 거였다).

 별바람 님을 실제로 본 건 딱 세 번이다(청강대 학생들은 자주 봤겠지만). 첫 번째는 KGC 2007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아마 플러스 마이너스 1년 정도 오차는 있을 수 있겠다(2004년 부터 열심히 KGC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KGDA의 1대 회장이었던 정무식 교수님(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호칭일지 몰라도 내게는 대학 시절 교수님)의 뒤를 이어 2대 회장으로 오신 분이 다름아닌 별바람 님었고, 내심 놀랐었다. KGC 행사장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치게 되는 순간 묵례를 했는데, 묵묵히 묵례를 받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매우 강렬한 만남이었다. 게임인들이 모이는 연말 파티를 김윤상 님이 주선하셨었는데, 기억에 아이유의 '좋은 날'이 반복 재생됐던 걸로 미루어 2010년 12월로 추측. 이 자리에서 지금 페이스북으로도 연을 맺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별바람 님과 마주보고 술을 마시며 - 그의 내면에서 나오는 깊은 이야기까지 듣게 될 줄이야.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름아닌 별바람 님의 눈빛 - 그냥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뭐 그런 게 아니라 -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을 주체할 수가 없어 달리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었다는 이야기(고속도로 레이싱)를 하고 계셨었는데 - 그의 눈에서? 눈 안에서? 뭔가 흔들림, 울림이 느껴졌다는. 찰나에 내 몸도 살짝 흔들린 느낌이었는데 - 절대 과장도 아니고, 지어낸 이야기도 아니다. 키보드로 묘사하기가 참 묘한데, 지금은 아무래도 그의 혼불을 봤던 게 아닐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 번째는 2013년인가에 열렸던 한 토론회 - 진중권 교수와 이인화 교수도 왔었던 자리였는데, 별바람 님의 강연을 보면서 역시 입답은 여전하시구나 -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 지내세요 어떠세요 여기저기 연락하고 인맥 관리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 좋은 사람은 언제든 다시 연이 닿으면 여전히 좋은 사람일 거란 믿음도 있고 - 해서 간간히 SNS로 풀어놓으시는 이야기들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별바람 님이 펄어비스에 가셨다는 건 맨 위에 적었던 학맥의 의미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그저 소소한 의미일 뿐이고 - 이제 그의 활동에 억 단위의 돈이 투입될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생겨나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사람 자체가 가진 에너지의 함량/질량 자체도 대단하고 - 개발/완성/출시하는 역량 또한 충분히 검증되었으니 - 실버불릿에 들이셨던 자본의 열 배 혹은 백 배로 무엇을 만들게 될까 궁금해진다. 아니면, 평소 스타일 그대로 저자본으로 가면서 펄어비스의 인력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실 수도 있는 것이고(프로듀싱 재능을 발휘해서 - 어차피 인건비 생각하면 그것도 큰 자본이지만). 설정 좋아하시는 분이니 이런저런 세부 스토리, 숨겨진 스토리를 어떻게 구상하실지도 궁금하다. 김학규 대표의 게임에서 - 몬스터가 직접 골드를 떨구는 이상한 세계관을 용납할 수 없다 - 라는 어떤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별바람 님의 게임에는 당연히 그의 철학과 에너지가 녹아들어가리라. 넥슨의 김동건 본부장도 그렇지만 뭔가 이쪽 세대의 워크홀릭 성향(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버텨낼지도 관건. 쓰다 보니 주절주절 횡설수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 어쨌든 나는 별바람 님이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그냥 궁금할 뿐. 펄어비스의 지원으로 뭘 만드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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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