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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으로 매개된 착각의 장 속에서 - 네트로피를 녹이는 뜨거운 인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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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30. 15:15 일지/업무일지_시즌3

 전날 밤에 잠을 늦게 자서 - 마침 오늘이 회사 전체 회식이니 컨디션 조절을 할까 하다가 - 그냥 꾀부리지 않기로 마음먹고 계단 출근 - 이후 안마의자로 등을 좀 풀어주었다. 

 오전에 Ph 님이 잠깐 티타임 하자고 하셔서 아메리카노 한 잔 얻어마셨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퇴근할 때 Po 님 얼굴은 보고 가라는 이야기. 아무 힘 없는 팀 막내인데도 부드럽게 잘 설명해주신 점에 감사했다. 아무래도 내가 어제 퇴근하던 시점이 마침 Po 님이 담배 태우러 내려가신 시점이었는데, 기다렸다가 얼굴 보고 인사 드리지 않고 그냥 갔던 일 때문에 걱정(?)이 되신 듯. 나로서는 입사 첫날에 Po 님이 일 없으면 그냥 가봐도 된다고 하신데다 평소에 Mx 님도 7시 되면 바로 퇴근하시길래 그렇고 그런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 뭐, 다른 지향점이 있다면 거기에 따라야지 않겠나. 무슨 30분이나 1시간씩 늦는 것도 아닐진대 여기에 합리 불합리 따질 일은 결코 아니니 - 혹 내 행동을 보면서 기분 상하거나 조마조마해지는 사람이 생길 것 같으면 당연히 그런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겠지. 평소에도 1시가 점심시간 시작인데 - 다들 누가 먼저 밥 먹으러 가자고 말 꺼낼까 무거운 공기 속에서 평균 5분, 때로는 10분까지도 눈치 보며 엉덩이 무겁게 앉아있는 분위기란 걸 뻔히 봐왔으면서 - Ph 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측면들을 내가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건 명백한 실수인지도

 사실 입사 후 회사를 보니 - 서로 닉네임 정해놓고 부르고, 직급 및 직책도 두 가지로 통일돼있어서 나는 좀 서구적인 분위기 - 업무적 진지함이나 업무적 배려만 장착되면 뭔가 수평적이고 서로 개인주의적이어도 되는 것 같은 분위기겠거니 착각했었는데 -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그렇게 살아본 결과는 정반대 - 나를 둘러싼 공기가 꽤 싸해지더라고. 아, 그냥 더도 덜도 없이 딱 우리는 한반도 평균 군대 문화라고 애초에 알려주던가(하하) - 되돌아 보니 한 달 동안 내가 회사 생활 거꾸로 한거네(깜빡 속았다)? 보아하니 닉네임이라던가 직급 및 직책 단순화 같은 건 대표님의 강력한 추진 없이 시작되긴 어려웠을 것 같고 - 실상 중간관리자들이 무슨무슨 유학 출신 혹은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피가 아닌 이상에야 - 그런 문화가 잘 정착되어 돌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지(한반도 특성상 수혈되는 젊은피들 또한 일단은 군대에서 군대 문화를 체화하고 나오기 때문에). 그게 아니면 대표님 입장에서도 겉 껍데기는 이미지상 이렇게 굴러가게 두되, 내부적으론 좀 한국적으로 규율이 잡혀 돌아가기를 바라셨던 것일 수 있고. Ph 님이 평소에 단순화된 직급 및 직책 대신에 (아무래도 개편 전에 썼던 것 같은)부장님이나 차장님 같은 호칭을 즐겨 쓰는 건 다 나름의 이유과 고려가 있는 것 - 구성원들끼리 평소에 서로 부르고 듣는 호칭 속에서 각자의 서열이나 권한을 확인할 수 없다는 건 - 수평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이자 불안일 수 있다고 본다. Bk 님도 내가 갓 입사했던 시기에는 식당 가기 직전에 다들 우르르 담배 레이드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었는데 - 요새는 꼬박꼬박 담배 레이드에 참여하고 계시니 - Bk 님 또한 나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존본능에 따르시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이것들이 큰 불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서나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문화고, 또 경험해본 문화 아닌가. 억지로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만들려고 해봤자 - 이미 내부적으로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대다수 구성원들에게는 이게 자기 몸에 맞는다는 뜻 혹은 중간관리자의 의지인 것이기 때문에 - 아직 수습도 안 끝난 나로서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잘 따라가면 된다. 내가 뭔가 내세울 게 있는 사람도 아니고 - 다들 상식 선에 계시니 상식 선에서 잘 살아갑시다. 물론 조심해야 될 부분들 또한 분명히 생겼다. 여초 조직의 희한한 권력관계나 인간관계(하루아침에 적군과 아군간 멤버가 교체되는)와는 다르게, 이미 경험했듯 군대식 남초 조직에는 '심기'라는 게 있기 때문에 - 남자들 속 좁은 건 또 여자들 속 좁은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므로(말도 못하게 좁다) - 조심 또 조심.

 Ph 님과는 커피숍에서 기술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 등등 신나게 떠들다가 올라왔고(코틀린이 자바 입에서 X XXXX 때까지 XX X 있을까 같은 이야기). 업무 관련해선 처음으로 SVN 커밋 후 Zo 님 컨펌 받기. 향후 협력사에서 넘어오는 자료로 추가 업무 들어가는 부분은 Zo 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점심은 남자들 모여서 큰집에서 먹었고, 식후 철봉 산책. 보니까 철봉에서 몸이 뒤로 붕 뜰 때는 의식적으로 아귀에 힘을 더 줘야하는 듯하다(체조 선수들이 가끔 손 풀리는 이유를 아주 약간 알 것 같다). 오후에는 모든 임직원들 사무실 청소. 사무실에 안 쓰는 플스2는 지나가는 말로 제가 가져가도 되냐고 했다가 - 정말로 내 차지가 되었다. 이렇게 기쁜 일이! 혹시 렌즈 고장나서 안 되는 거면 내부 개조해서 하드 끼워서 쓰면 된다. 

 모든 임직원 연말 회의. 우리 대표님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인데다 내가 또 사업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 상당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진행중인 사업 두 가지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새로 추진중인 사업 이야기도 나오고. 인사평가 이야기는 열심히 듣긴 했는데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냥 회사 상황에 맞게 받으면 되지 않겠나 - 나는 이미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적정가에 맞춰졌다고 생각하고 - 큰 돈은 나도 나중에 대표님 나이 쯤 되거든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들 발휘해서 벌면 되지(어느 시기가 될 지는 하느님의 뜻).

 회의 이후 회사 회의실에서 전체 회식이 열렸다. 술자리에선 그냥 열심히 먹고 마시고, 두뇌에 필터 빼고 혓바닥 굴리면서 놀기. 기억에 대표님이 새로 들어온 사람이니 건배사 한 번 해보라고 시키셨던 것 같은데 - 수습 잘 버티고 Zo님 업무 잘 받은 뒤에 Po 님의 성과 목표를 달성시키겠습니다 - 라고 했던 것 같다. 내년 인테리어 이야기나 책상 이야기 등등 나오길래 반 농담으로 컴퓨터 세 대 필요하다고 했는데(유닉스/리눅스 등등) - 대표님이 서버 10대 줄 테니까 마음대로 쓰라고 하셨던 건 분명히 기억난다(대박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회사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 될 까 많이 고민해 봐야겠다(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일단 교통정리가 필요). Ph 님에게 사랑한다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당연히 술에 취해 나온 말). 하여간 즐거운 회식이었다. 회사 들어와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월급 받으면서 이것저것 얻어먹으니 - 여기가 천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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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