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열심히 뭘 막 정리해서 메일도 쓰고 내부 공유도 하고 어디 통화도 자꾸 나누고(오랜만에 손 부장님까지). 정신차려보니 정작 오늘도 개발을 하나도 못했네. 오후 늦게부턴 뭐라도 하려고 예약해 뒀던 거 - 노드 서버 내려서 알려진 버그 잠깐 수정하고 다시 서버 올리기 시도. 미리 시간 약속도 해놨고, 리스크 감안해서 주말 시간까지 담보로 시작한 것인데 -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생각 외의 에러 코드가 나오기 시작해서 최 대리와 함께 2시간 정도 붙잡고 있다가 결국엔 상황 알고 전화주신 상무님과 진단하다가 해결. 상무님 대단하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또 그만큼 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도 느꼈고.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와 서버의 기초를 똑바로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중간에 PM이신 H 수석님과 통화할 땐 갑자기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목소리 톤만 약간 올라간 상태에서 전화가 마무리 됐고 - 하소연은 따로 상무님에게 했지만, 되짚어 보면 H 수석님도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그래도 2시간을 꾹 참고 기다리다가 (당연히)불안한 마음에 전화하셨던 것이었을텐데, 내가 주변을 가늠하질 못했네. 노드 서버 지가 틀어져봐야 범위가 뻔할텐데 내가 들이붓든 어쩌든 알아서 맞춰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 2시간이면 아직 시작도 안 한 건데 무슨 세상 무너진 것처럼 나오시는지 - 이런게 바로 각자 성격이라고. 좀 더 조용하고 침착하게 가는 타입인 손 부장님과 안 대리 중에 안 대리가 가깝게 있으니 앞으로 자주 논의해야겠다. 감각대로 견적 나왔다 싶으면 급발진해서 해치우고, 겁 없이 해묵은 껍데기들 걷어내고 - 이런 식으로 과거의 작은 승리 몇 번을 맛보긴 했지만 - 벌써부터 그 작은 것들에 도취돼 아직 부족한 경력임을 잊었던 건 아닌지. 어쨌든 크게 늦지 않은 7시 반 쯤 안 대리와 퇴근. 협력사에서 성가시게 생각해오던 버그도 해결됐고, 인수인계 못 받아 어딘가 찜찜하고 불안하게만 보이던 노드 서버도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직접 내렸다 올려봤으니 됐고. 잘 됐다.
점심은 6명이서 일식집 돈까스 먹었고, 식후 황 사원까지 포함한 네 명이서 커피 한 잔씩 들고 올라왔다. 퇴근길엔 갑자기 신발끈이 끊어져서(풀어진 게 아니라) 느낌이 좀 이상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