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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0. 22:37 일지/업무일지_시즌5

며칠 전에도 아침 세수할 때 코피가 좀 나더니, 오늘도 또 코피. 연말까지 만만찮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피곤했다. 그래도 나는 최 대리보다 나은 편. 최 대리의 심신이 부서진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옆에서 계속 닦달하는 상무님을 보면서 - 이해관계로 모인 조직/사람들이 왜 하필 이런 형태로 맞물리게 된 걸까 문득문득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원인이라고 해봤자 대부분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 똑바로 안 구하고 제 값에 안 쓰고 잔대가리 돌리다 망하는 거라 - 철근 10개 박으라고 돈 주면 6개 박아놓고 노하우/예술 운운하는 양아치 새끼들 굴러다니는 건축판 뻔하듯 - 세상사 참 이렇게까지 뻔할 수가 있나.

오전에도 어제 배포한 버전 관련 피드백들 급하게 들어와서 그거 좀 막다가, 오후에는 이런저런 문서 업무 등등. 올해 일인지 내년 일인지 더럽게 짬뽕돼있는 업무 목록이란 것들이 그래도 나름 연말 앞두고 조금씩 끝나가는 마당인데 - 아직도 나는 뭐 하나 건들 때마다 살얼음판 걷는 느낌. 연식도 모르고 점검표도 없는 개 썩은 트럭 하나 받았는데, 이걸 이제 내가 운전한다는 이유로 고장이 나든 사고가 나든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상황인 것도 기분 매우 더럽고. 프로 대 프로로서 업무 마무리까지는 봐주겠다는 이런 알량한 책임감 갖는 것도 최대 올해 말까지려니.

요즘들어 IT 유목민이란 말이 깊게 와닿는다. 훌륭한 리더의 전략전술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세력, 전리품을 많이 나눠가질 수 있는 세력으로 게르가 순식간에 모이기도 하고 또 순식간에 흩어지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는데, 여행을 끝낼 시기는 언제일지.

점심은 일식집에서 에비까스정식 먹었고, 식후 근처 공원 산책. 오후에 협력 업체로 외근 가는 안 대리와 황 사원에겐 질문 목록 전달해서 보냈다. 저녁은 먹지 않고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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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