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아 호텔의 조식 뷔페로 속을 채운 후 쿠로가와로 이동하던 중 가이드의 안내 - 평소에 보기 힘들다는 아소산의 전경이 마침 날씨 덕택에 깨끗하게 잘 보인다고 알려주셔서 - 잠시 버스를 세우고 광활하게 내려다 보이는 분지 지형과 함께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실로 아소산의 전경은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동 중 버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의 새로움이 나를 흥분시켰는데,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갈 때 보던 풍경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강산이 다르다란 말이 이럴 때 나오는 것이구나 - 우리가 삼림이라고 할 때 들어가는 '林' 자는 평소에도 여기저기 많이 보이지만, '森' 자는 항상 생소한 느낌이었는데 - 빽빽하고 울창하다는 표현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는 높다란 삼나무/편백나무 삼림의 풍경은 그냥 말 그대로 '森林'이었다. 띠동갑 형이 기후가 좋아 나무도 잘 크겠다고 귀띔해 주었다.
쿠로가와 도착 후에는 온천마을 산책 관광. 그냥저냥 온천이 있는 마을이겠거니, 들여다 보지 않고 지나쳤다면 아까웠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곳이었다. 이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느껴지는 것일까 -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이룬 일본식 가옥들의 숲을 언덕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그리고 언덕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 - 그리고 이 풍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나의 '마을'이라는 따듯한 느낌. 바로 지금 이곳이 아니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점 또한 매력이 아니었을까. '마을' 요소요소 아름다운 상점들을 구경하며 맛보는 것 또한 디테일한 재미였다.
점심 식사는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걸로 유명하다는 이케야마 수원지의 식당에서 일본 가정식 닭튀김으로 먹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최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이케야마 수원지 산책. 수원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무지막지하게 더운 여름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발을 담근 뒤 15초를 버티기 힘들 정도로 - 너무 차가워서 으악 소리와 함께 발을 빼면 발이 빨갛게 얼어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 그리고 수원지의 풍경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에서 본 것 같은 원시림 속 얕은 연못과 같은 풍경이었다. 땅 밑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맑은 물과 풍경을 실컷 즐기면서 물통에 물도 가득 담아두었다.
벳부로 이동하여 온천마을의 특산품이자 천연기념물인 유노하나 재배시설 구경 및 가마도지옥 관광.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6개의 온천들을 순서대로 구경하고 있었다.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며 족욕 즐기기.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여성들이 꼽은 여행지 1위에 랭크됐다는 유후인 상점가 방문. 한국에 헤이리 마을이 있다면 일본에는 유후인이 있다 -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긴린코 호수를 둘러보면서 -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주해주는 오르골도 하나 구입했고, 와이프의 인생템 중 하나인 고양이 에코백도 구입했다. 이 고양이 에코백은 확실히 유니크한 것이어서, 이 에코백을 메고 나가면 주변 반경 5km 이내의 에코백들은 모두 알아서 찌그러지게 되어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유후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나이로노카제 료칸에 체크인 했다. 일본에 와서 다다미식 료칸에 묵은 것은 처음 - 일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이불도 깔아주셨다. 잘 차려진 일본식 밥상을 눈으로도 즐기고, 혀로도 즐기고 - 전체적으로 숙소가 아늑하고 조용한 가운데 딸려있는 노천 온천도 사실상 혼자 쓰다시피 했네(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은 여탕). 어두운 밤에 벌거벗은 상태로 무릎까지만 온천에 담근 채 우두커니 서서 저 멀리 말의 두 귀가 쫑긋 솟은 듯한 산의 형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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