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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으로 매개된 착각의 장 속에서 - 네트로피를 녹이는 뜨거운 인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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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4. 14:56 일지/해외여행

 여태껏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발버둥치며 살아가다 보니 왕복 비행기 삯과 체류비, 무엇보다도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갖추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래도 아웅다웅 살다 보니 주변에서 이런저런 도움도 받게 되고, 마침 내가 일을 쉬고 있어 시간도 넉넉하기에 일본으로 여행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물가가 아주 싼 동남아시아에 갈 생각이었지만, 동사무소에 비치된 팜플렛에는 여전히 지카바이러스 경고가 있었기에 - 가까우면서도 즐길 거리가 많다고 평가 받는 일본을 택했다. 한국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일제 침략에 대한 원망은 잠시 제쳐두고, 그저 평범한 외국인으로서 일본을 보고 싶었다. 딱히 특별한 내용들을 기록한 것은 아니며 - 이미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 그저 스쳐가는 여행자로서 느낀 수박 겉핥기식 인상 평가가 주된 내용일 것 같다.

 처음에는 오사카, 교토, 나고야 등을 거쳐 도쿄로 들어가는 10일 정도의 일정을 짰었는데, 해외여행 초보가 캐리어를 끌고 이곳저곳 교통편이나 숙박편을 능숙하게 컨트롤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우려로 도쿄 위주의 1주일 일정을 짜게 되었다. 그리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보다는 부부 입장에서 보다 안전하면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호텔(저가 호텔)을 선택하기로 했다. 출발 전날까지 이런저런 세부 일정을 짜맞추느라 정신이 없었으나, 도쿄 관광 공식 사이트가 워낙에 잘 만들어져 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구글 지도와 글로벌 숙박 앱들(트립어드바이저 등등) 또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7시 2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 첫째로 도착지가 나리타인지 하네다인지 헷갈리지 말았어야 했고, 둘째로 각종 출국 수속을 감안한다면 7시 15분은 꽤 이른 시간이라는 점을 알았어야 했다. 하네다는 도쿄 안에 있어 곧바로 도쿄 여행이 가능하지만, 나리타의 경우에는 도쿄에서 동쪽으로 좀 떨어져 있는 곳이라 도쿄까지 시간과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항에서 비행기 표 발권 및 수하물 맡기기, 보안 검색 등의 시간을 감안한다면 넉넉잡아 한 시간 반 또는 두 시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은데 - 지하철 첫 차나 공항 리무진 첫 차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보여 그냥 지하철 막차를 타고 미리 공항에 가 쉬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하철 막차를 타고 막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보니 예상 달리 각 항공사의 발권은 정해진 시간에만 진행되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항공사와 승객들이 24시간 북적이는 곳이 아니었다. 노숙자 처럼 적당한 벤치에 몸을 뉘여 애매하게 잠을 청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뒤 와이프와 다짐했다. 다음번엔 편한 시간대로 선택하자고. 출발하기도 전에 공항에서 이미 피로가 쌓인 상태라 비행기 안에서는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왼쪽 창가 좌석에는 와이프가, 오른쪽 좌석에는 나보다 덩치가 큰 청년 하나가 앉았는데 - 제주도에 갈 때는 몰랐지만, 2시간 넘게 걸리는 나리타행 비행기를 타보니 저가항공이 왜 불편한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가항공으로 4시간, 8시간씩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참는 걸까?

 거의 도착 즈음 스르르 눈이 떠졌고,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창밖에는 꼭 자로 잰 듯한 논밭 구획들이 마치 바둑판 처럼, 그리고 농촌 가옥들이 바둑판 위의 포석처럼 고르게 퍼져 있었다. 적잖이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렇게까지 칼 같게 똑바로 나눈 논밭 구획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기 때문이었다. 듣던대로 철저한 나라라는 인상이 첫인상으로 심어졌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경으로 다듬어진 녹지가 곳곳에 잘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철저하게 갈라놓은 논밭과 가옥들, 시가지 주변으로 여유와 멋을 부린 녹지와 자연 그대로의 산림이 조화로워 보였다.

 일본어 공부를 제대로 해두지 않았던 터라 나리타 공항에 내린 뒤부터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입국 전 각종 정보 확인과 지문 날인의 절차도 있었는데, 치안 관리상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한국도 지문을 활용하니까).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나라여서 영어로 안내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구글 지도와 스프레스시트가 본격적인 길안내 및 일정의 훌륭한 매니저가 되어주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라는, 도쿄와 나리타 공항을 직통으로 이어주는 기차를 타고 일단 도쿄 역으로 이동한 후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도쿄 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 하차 후 야마노테 선(線)으로 신바시 역까지 이동했다. 곳곳에 어느 회사의 무슨 선을 타려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가 표시가 잘 되어 있어 길 찾기는 쉬운 편이었다. 특히 각각의 노선마다 특유의 색깔과 알파벳 첫 글자가 상징으로 되어있어 인지하기 편했다. 신바시 역의 '신'이 영어로는 'Shim'으로 되어있는 듯했는데, 아무래도 'Shim'과 'Shin'의 중간 정도 발음인 듯했다. 신바시 역 도착 후에는 와이프가 가장 먼저 찜해두었던 오다이바에 가기 위해 오다이바를 한 바퀴 훑어주는 모노레일인 유리카모메로 환승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일본은 지상철과 지하철이 나뉘어있고, 각각의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달라 환승할 때에도 - 같은 구역임에도 해당 회사의 역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른 회사의 역으로 들어가는 일이 꽤 잦다고 한다. 유리카모메로 환승할 때에도 일단 역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바로 옆의 역으로 들어갔는데,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가 없는 곳도 있고, IC 카드를 찍지 않는 사람들은 종이로 된 표를 사용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한국은 무조건 IC 카드를 사용하며 스크린 도어가 없는 역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유리카모메를 타며 본 바깥 풍경은 상당히 낯설었다. 인천 같은 항구의 느낌이면서도, 고층 빌딩이 촘촘하게 들어서있었고 - 빌딩 외벽을 장식하는 식물이라던가, 빌딩 근처에 조경으로 다듬어진 녹지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점 등은 역시나 한국에서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와이프는 기분 탓이라고 했지만, 빌딩 디자인들도 미려했다. 시간대가 점심 때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자들이나 여자들 모두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덧 예약해둔 호텔 근처 역에 도착해 역 바깥으로 나오니 도쿄의 무더운 날씨가 나를 반겨왔다. 햇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마치 한국의 강릉이나 속초 해변을 걷는 듯한 느낌. 남쪽 나라라고 하기에는 적도와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한국 보다는 확실히 남쪽에 있는 일본이 아닌가. 남쪽 나라의 강렬한 햇빛은 정말 대단했다. 땀을 닦으며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바닷바람과 짠내가 은근히 기분을 돋워주었다. 일본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이니 엄청난 물류가 몰려드는 게 당연 - 대형 화물차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으나 자동차 자체가 많지 않아 도로 사정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도쿄 빅사이트라는 멋진 건물과 국제전시장 사이로 양복을 입은 회사원 부대가 우르르 이동하고 있는 풍경.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 대이동이었다. 길을 찾던 도중 눈에 띈 어느 병원에 들어가 호텔 위치를 물었고(곳곳의 상점 안에는 엄청난 에어컨 냉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 이렇게 더운 나라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근처 편의점에서 일본 담배를 좀 사보려고 했는데 - 켄트 멘솔에도 종류가 많아 편의점 직원과 손짓발짓을 좀 했다. 일본 담배는 뭐가 맛있는지 잘 모르니 일단 아무거나 고르고 봐야지.

 호텔 체크인. 캐리어를 끌고 다가간 뒤 잠시 머뭇머뭇. 체크인이냐고 묻길래 영어로 예약을 해두었다 답했더니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여권을 보여주면 글로벌 숙박 앱으로 예약한 내용과 대조해 보는 듯했다. 방에 들어가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은 에어컨 버튼을 찾아 누르는 일이었다. 방 안은 상당히 습했다. 이후 TV를 켜고 화장실 탐색. 화장실이 생각보다 좁고, 구성이 오밀조밀했다. 일본의 주택들이 생각보다 좁고, 오밀조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 일본의 인테리어 문화 자체가 좌우 보다는 위아래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인 듯 - 이미 좁은 고시원에 살던 시절 일본에서 건너온 다이소의 여러 제품을 통해 경험해본 바가 있다(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호텔도 그런 견지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았다.

 짐을 대충 정리해 두고, 잠시간 몸을 추스른 후 호텔 밖으로 나와 오다이바 일정을 마저 소화하기 시작했다. 대관람차 쪽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건널목에 도착했는데, 이쪽은 건널 예정인 사람이 버튼을 눌러야만 파란불로 바뀌는 구조였다. 확실히 대량의 물류가 오가는 곳이라 교통의 흐름에 신경을 쓴 듯했다(한국에도 간혹 이런 곳이 있다). 걷다 보니 'Zepp Tokyo'라고 쓰여있는 곳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몇 천 명 단위). 처음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스 대기중인 줄 알았으나, 외모나 언어를 보니 확실히 일본 사람들이었다. 궁금증을 뒤로 하고 잠시 더위도 피할 겸 비너스포트를 둘러보았다. 마치 한국의 롯데월드에 입장한 듯, 건물 바깥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유럽식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공간,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다. 상점가를 구경하면서 중앙의 분수대와 입구쪽 무대에서 기념 사진도 촬영했다.

 비너스 포트에서 나와 목적지인 오오에도 온천에 찾아가기 위해 구글 지도를 켜봤다. 가만 보니 우리가 탑승했던 유리카모메의 레일을 그대로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고층 빌딩과 커다란 화물차가 줄지어 지나다니는 풍경, 여기저기 처음보는 나무, 처음보는 새, 몸통이 짧고 동글동글한 개미가 보였다. 확실히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 건널목 신호등의 멜로디 템포마저 느리고 여유로웠다. 텔레콤센터 역 앞의 폭포 광장도 포인트였다.

 드디어 도착한 오오에도 온천. 정확한 명칭은 '오오에도 온센 모노가타리'. 에도시대의 민속 거리를 재현한 곳 - 입장할 때 대여한 유카타를 무조건 입어야 하는 곳이라 확실히 분위기가 색달랐다. 입장시 타투(문신) 했냐고 물어보던데, 타투를 새긴 사람은 입장이 불가능한 듯했다. 유카타는 허리띠를 매야 하는데, 허리띠가 워낙 크고 길어 매느라 엄청 고생했다. 이왕이면 똑부러지게 잘 매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국에는 손으로 유카타를 여미고 나와 와이프에게 부탁했다(허리띠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이곳은 한국에 흔히 있는 목욕탕/찜질방과 다르게 유카타를 입고 일단 공용 공간으로 나온 뒤에 다시 각각 남녀로 찢어지는 목욕탕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와이프와 시간 약속을 한 후 온천욕을 즐기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에서는 기분도 낼 겸 나무로 된 바가지에 따뜻한 물을 연거푸 받아 몸에 부으며 씻었다. 몸을 담그는 탕이 실내에 서너군데 있었는데, 모두 온도가 똑같은 듯 - 모처럼 노천 온천을 즐기러 온 것이니 만큼 노천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 물이 진짜로 지하에서 끌어올린 온천 물인지 아닌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다이바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잘 꾸며진 조경 안에서 즐기는 반신욕은 확실히 기분 좋았다. 워낙에 피로가 쌓여있었던 터라 반신욕의 효과가 더욱 좋았던 것 같다. 그만 나도 모르게 와이프와 약속한 시간을 15분 정도 넘긴 상태로 다시 에도시대 분위기의 공용 공간으로 나왔다.

 피곤하고 덥지만, 이국적인 풍경에 점점 기분이 달아오르는 시간. 확실히 만화책 등에서 봤던 - 유카타를 입고 즐기는 거리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나서 와이프와 함께 아사히 수퍼드라이 엑스트라 콜드라는 걸 한 잔 시켜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한 모금씩 들이킨 뒤 둘이 동시에 감탄사를 크게 내뱉었다. 와! 이게 대체 뭐지? 한국에 있을 때 다니엘 헤니가 찍은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 CF를 봤을 때는 별 감흥 없이 무슨 설국열차 흉내내기인가 하고 말았는데, 꽁꽁 얼은 듯한 스테인리스 잔에 엄청나게 차가운 맥주가 담겨져 나오는 아사히의 감동. 여세를 몰아 나는 츠케멘, 와이프는 라멘을 주문했다. 따뜻하면서 시원한(한국식 표현으로 시원한) 간장 국물에 버섯이 엄청 푸짐하게 들어있었고, 따로 담겨져 나온 면을 넣어 휘저어 먹는 것이었다. 맛있게 폭풍흡입했다. 간장 종지에 나온 참치는 젓가락으로 떠먹었다(나중에 알았지만 다데기였다). 하지만 후식으로 시킨 빙수는 의외로 맛이 없었다. 그냥 갈아놓은 얼음 위에 시럽만 덜렁 뿌려놓은 것이어서 실망. 세계 각국에서 놀러온 관광객들도 이것저것 열심히 즐기느라 바빠 보였다.

 오오에도 온천을 나와 오다이바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팔레트 타운의 대관람차로 향했다. 그리고 대관람차로 향하는 길에 'Zepp Tokyo'라는 곳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낮에 봤던 인파가 왜 줄을 섰던 것인지 깨달았다. SKE48이라는 걸그룹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 날이었던 모양. 팔레트 타운의 대관람차는 엄청나게 큰 규모였고, 우리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에 탑승하기로 결정. 그런데 대관람차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높이가 워낙 높았던 탓에 와이프가 무서움을 호소해서(평소에 땀도 잘 안 흘리는 사람이 손바닥이 축축해질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큰 소리는 내지 않고 조심조심 야경만 구경했다 - 원래는 대관람차 안에서 뽀뽀도 하고 이것저것 하기로 했었는데. 어쨌든 오다이바의 야경은 소문대로 볼만했다. 레인보우 브릿지도 멋있었고, 쌍둥이 왕관 빌딩도 멋있었다.

 대관람차에서 내린 후 바로 옆에 붙은 자동차 전시장을 잠깐 둘러본 뒤 대관람차에서 내려다 봤던 꿈의 대교(멋진 불빛들이 줄지어선)를 가로질러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목에 있었던 애니버서리 도쿄의 아름다운 유럽식 건축과 야경도 좋은 사진 촬영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아무래도 웨딩샵들이 모여있는 곳인 듯했는데, 정말 아름답게 꾸며놓은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들어서기 전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사봤다. 한국의 1.5리터 개념은 없고, 1리터짜리가 그중에서 큰 용량인 듯했다. 

 호텔 TV를 틀어놓고 첫날을 정리해 보았다. 사람사는 곳 어디나 똑같다는 말처럼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 잔디를 밟고 사잇길을 만들어 다니거나, 빨간불임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간혹 보였지만 - 길바닥은 정말로 깨끗했다. 물론 모든 곳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거리를 관리하고 있고 - 그 전에 사람들 자체가 쓰레기를 아무곳에나 잘 버리지 않는 느낌. 가장 놀라웠던 점은 길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 뱉어져 있는 침 자국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 쾌적함은 직접 느껴보기 전엔 전혀 몰랐던 것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쩌다 길바닥에 침을 퉤퉤 뱉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걸까? 일본에 오기 전 공부했던 후쿠자와 유키치 - 만 엔권의 주인공을 합리주의자이자 사적인 영역에서의 약진을 꿈꾼 개인주의자로 요약해 볼 수 있다면, 첫 날 만난 일본의 지상철/지하철에서 확실히 그의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지상철/지하철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비싸고, 갈아타기 번거롭고, 내부가 좁지만 - 사회 기저에 깔려있을 이러한 사상적 토대를 통해 얻는 장점들 또한 분명히 있으리라.

posted by 생마